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주은영 작가노트

기사승인 2019.03.05  00:11:35

공유
default_news_ad1

 

 

 

주은영 작가노트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나에게, 느끼고 꿈꾸는것들과 일상을 빛으로 위로하는 일이고

새벽녘에 스며드는 아리고 아스라한 언어들을 담았다 쏟아내는 일이며 숱한 언어가

바람으로 사라지는 이 시간들을 버티는 일이다.

창밖의 빛이 쏟아져 들어와 캔버스에 가득 흘러넘치는 순간을 조심조심 다듬고 어루어서

단호하게 빚어내는 시간의 일이며 내 옆 작은 창문으로도 충만하게 쏟아져 일렁이는 빛을 사랑하는 일이며 쓸쓸함도 소외도 부드럽고 감싸안는 일이다.

 

또한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물과 영적인 것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거기있는 고독과 소외를 펼쳐 드러내는 일이며, 온통 엇갈리는 세계관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상처받고 외면하려는 나를, 펄떡거렸던 때를 잃어가며 시들해지고있는 내 영혼을 위로하는 일이다.

 

파도소리를 잊지말자던, 아득히 먼 젊었던 때의 친구에게서 온 엽서 한 구절이 기억나는

밤, 젖은 도로위 빗물에 반짝이던 빛을 보던 그때, 발끝부터 스물스물 온몸에 기어올라오던 슬픔, 작거나 거대한 헛헛함 모두를 위로하는 일이다.

도피하려는 마음을 가다듬고 지금 뿌리내린 여기에서 같이 숨쉬고 같이 위로받고 어깨동무 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뭉뚱그려진 결정체를 빚는 일이다.

 

피카소는 ‘결국 화가란 무엇인가,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스스로 제작하면서 수집하는 수집가가 아닌가, 나는 항상 그점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은 또 다른 것이 된다.’ 라고 했다.

 

수집가의 손을 떠나 전시장에 걸린 순간부터 수집품은 그 앞에 서있는 한 개인으로서의 인생, 무의식을 관통하는 시선에 따라 해석된다.

그가 겪어온 굴곡과 상처, 행복과 다정함, 포근함과 따스한 언어, 물성이 건드리는 그의 감성들에 지배된다. 그렇게 수집품의 생명이 정해진다.

 

내 작업은 화양연화와 voyage 두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이라는 의미의 구어인데, 남녀모두 일생동안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고 버티고 지키기 위해 애쓰며, 쌓고 쌓는 노력과 시도를 표현하면서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주기 위한 시도이다.

 

진부한 것들, 회의나 갈등이 언제 나를 잡아채 넘어뜨릴지 모르지만, 이만큼 살아오느라 지쳤어도 그래도 이만큼 단련된 것들도 있게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고 시시하던 것들이 다시 진지해지면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더 아름답게 보일지. voyage 시리즈는 이렇게 나를 찾아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탐험하는 여정, 유기적인 관계안에서 생동하는 존재의 여행, 항해, 바다우주로 하는 긴 여행을 나타내려고 한다. 저 멀리 있는 목표를 향해 나가본 경험은 결국 스스로를 찾아서 그 안으로 들어가보게 한다. 지속적으로 답을 찾는 시도와 탐험을 멈출수없는 없는 존재로서 고독한 시간여행을 작업하고있다.

 

 

나영균 기자 siss4779@nate.com

<저작권자 © 한국사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